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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itle 《유머 한 끗》 date 20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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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입니다. 여기에서 변화는 발전의 다른 말로 한 발짝 나아감 또는 편리함을 함축하며 사람들은 최신의 아이템, 신상(新品)을 열망하고 곁에 두고 싶어합니다. 최신(最新)이란 현 상태에서의 최상(最上)을 뜻하는 잠정적 혹은 진행형 단어로서 언젠가는 다른 대상에게 최상의 자리를 물려 주어야 하는 쓸쓸한 미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쓸쓸한 미래가 모여 아름다운 과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전통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무형/유형 문화재와 같이 다음 세대에 전승할 우리 고유의 문화를 선별하여 보존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이어져온 전통 문화를 박제된 유품처럼 바라보지만 어쩌면 그들은 과거의 옷을 입고 있을 뿐, 여전히 숨을 쉬며 더딘 발전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번 코모에서는 전통에 대한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이 난무한 가운데 ‘화투’라는 특정 소재에 관심을 두고 현대적 팝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유대영 작가의 민화론을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작가는 19세기경에 일본에서 들어온 하나의 놀이 문화, 화투가 일상의 예술로서 조선 시대 민화와 행보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봅니다. 민화는 서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한 독창적 문화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는 화투가 지닌 생명력과 소소함에 대한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작가에게 통속적이라는 것은 사회 저변에 스며든 문화의 파급력을 뜻하며 서로 다른 문화가 혼합된 서브 컬쳐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시선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로써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화투: Oriental Composite〉와 〈화투: 자개정원〉은 전통에 대한 패러디보다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차용의 전략을 사용합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푸른 바다에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라는 뜻을 지닌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라는 단어로 대신합니다. 화투 속에 숨겨진 사계절의 이미지와 정원 풍경이 도시 스크린(Urban Screen)에서 보여질 때의 생경함은 곧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전시장소 COMO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SKT-타워, 대전 탄방역 3번 출구 SKT 둔산사옥)
관람 시간 8:30a.m~7:00p.m, 주말 및 공휴일 휴무 
입장료 무료

전시주최 아트센터 나비, SK텔레콤
전시작가 유대영
전시기획 아트센터 나비 Creative Team
전시코디네이터 우현정, 김선경
영상편집 박효준
영상송출 이영호



 
〈화투: 자개정원〉, 2011, 5,300 x 3,200mm, Video Loop

〈화투: 자개정원〉은 화투에 등장하는 나무와 새, 꽃 등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동양식 정원이다. 작가는 이 작업에서 예로부터 고급가구의 대명사로 알려진 나전칠기 기법으로 만들어진 자개장과 대중적인 놀이인 화투의 만남을 주선한다. 자개장 속의 무늬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이 물고기와 꽃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화투의 소재들은 자개 고유의 오묘한 빛을 발산하며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하여 전통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며,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나누는 기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화투: Oriental Composite〉, 2011, Ceiling 30,300 x 1,280mm, Pillar(4ea) 1,024 x 6,144mm, Video Loop

화투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의미하는 패가 4장씩 들어있다. 이렇게 계절의 특성을 나타내는 패 중에서 가을과 겨울에 해당하는 패들을 모았다. 특히 이 작업에서는 화투의 강렬한 색 조합을 이용한 패턴영상을 선보인다. 화투 패 속에 갇혀있던 고정된 소재들이 21세기 작가의 손길로 재 탄생한다.



〈화투: Oriental Composite〉, 2011, 1,536 x 3,840 mm, Video Loop

이 작품은 사계절의 계절별 이미지와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는 화투애니메이션이다. 화투는 일본에서 유래되었지만, 한국에서 대중적인 놀이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었다. 작가는 화투라는 놀이의 관점에서 탈피해 그 안에 그려진 이미지에 집중한다. 화투의 이미지들은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민화”로 다루어진다.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독창적인 유형을 이루며 대중 속에 자리잡은 민화는 기법 면에서는 대상의 묘사에서 과장과 생략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 내용면에서는 이상향과 판타지 세계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의 속성과 닮아있다.


이상하게도 화투를 일제시대의 잔재라며 배척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우리에게 뿌리깊게 파고든 놀이문화다. 결론적으로 화투는 한국의 것이 아니지만 한국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그 그림 안에 깃들어있는 자연관은 국적을 초월하는 12달과 4계절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 유대영 작가노트 중에서



〈유대영 작가 소개〉
1974년 충북 괴산 출생으로 세종대 예술대학원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1997년 국진이빵과 삼성 애니콜의 캐릭터를 개발했으며,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던 중 2002년 Resfest Korea를 계기로 본격적인 영상작업을 시작했다. 2002년 《모바일 아트》(아트센터 나비+Resfest Korea, 서울), 2004년 《Art & Science station》(아트센터 나비, 서울), 2006년 《차도살인지계》(CAIS gallery, 서울), 2007년 《Opacity101》(Triad media gallery, 서울), 2008년 《microarts69-Heart Show》(가나아트센터, 서울), 2009년 《오리엔탈 가든》(Gallery Door, 서울) 등 다수의 국내외전시에 참여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여성영화제 등의 리더필름을 제작하고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공연영상연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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